개인 병원 (Hausarzt) & 약속 (Termin)
한국에서 생활할 때는 왜 외국인들이 한국으로 의료 여행을 오는거지? 라고 생각했는데 한국의 의료 시스템이 굉장히 사용자 편의하게 되어있다는 것을 독일에 와서 느끼게 되었습니다.
한국은 몸이 아파 병원에 가야하면 보통 예약이 없더라도 병원에 방문하여 진료를 받지요.
그리고 어디가 아픈지에 따라 정형외과든 신경과든 내과든 바로 전문의에게 찾아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독일의 병원을 포함한 대부분 장소를 약속 (Termin)을 잡고 방문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그리고 바로 전문의에게 진료를 받을 수 없습니다!
독일은 Hausarzt 담당의사 시스템이 존재하여 어디가 아프든지 바로 전문의에게 가는 것이 아니라 Hausarzt에 먼저 가서 증상을 확인받아야 합니다.
간단히 생각하면 나의 담당의사라고 생각하면 되는데요.
이렇게 저를 담당하는 의사가 있으면 그 의사는 저의 몸에 대해 잘 알기 때문에 몸의 어떤 부분이 아픈지 알 수 있다고 생각하는 시스템입니다.
담당의사가 치료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면 담당의사가 진단서를 써주고, 그 진단서를 들고 전문의에게 찾아가면 됩니다.
뭔가 나의 담당의사라고 하니 좋아보이는데 아무리 담당의사라고 해도 Termin을 잡고 가야 만날 수 있으며 담당의사가 별로라면 제대로 진단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생깁니다.
저의 경우에도 저는 사실 아들의 담당의사와 독일 의료 시스템을 별로 안좋아하는데요....
환경이 바뀌기도하고 처음으로 어린이집도 다니기 시작해서 애가 아픈건 당연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애가 열이 계속 오르는데 담당의사가 출근하는 시간에만 맞춰오라하고 심지어 출근하는 시간 중 아픈 애들만 받는 시간에 오라고 하는데 그게 일주일에 하루입니다....
겨우겨우 약속을 잡아 데려갔더니 감기니까 그냥 집에서 잘 쉬게하라고 해서 집에서 쉬었는데 몇 일이 지나도 나을 기미가 안보였습니다.
저는 출근을 해야하니 출근해서 연구하고 있는 도중에 와이프가 애가 열이 또 39.5도까지 올라갔다는 연락을 받고 담당의사한테 전화를 했더니 간호사가 하는 말이
간호사: "아 너의 아들의 닥터 휴가 갔으니까 3주 뒤에 올래?"
김박: "아니 애가 지금 아픈데 3주 뒤에 가면 무슨 소용이냐. 다른 의사한테 진료를 받는 방법은 없냐?"
간호사: "그건 어렵고 그럼 응급실 가봐~"
말인지 방구인지 모르는 말을 듣고 화가 나는 걸 참고 애를 데리고 응급실에 갔더니 응급실 접수하는 간호사가 처음으로 한 말
간호사: "너 왜 담당의사한테 안갔니? 담당의사한테 가렴"
김박: "??? 담당의사가 휴가라고 걔네가 너네 응급실로 가라고 했다"
간호사: "(자기들끼리 대화를 나눈 뒤) 흠... 너네 담당의사 이름 좀 적어줘"
김박: "(왜 담당의사 이름을 적는거지?)"
긴긴 기다림 끝에 응급실 의사를 만나 증상을 설명하면서
김박: "사실 독일에 오기 직전에 폐렴에 걸린 적이 있다. 혹시 가능하면 폐렴일 가능성도 검사해주면 안되겠니?"
응급실 의사 1: "감기같다. 물 많이 먹이고 잘 먹이고 잘 재워라. 필요하면 해열제는 줄게"
그렇게 큰 소득이 없이 집으로 돌아가서 몇일을 또 고생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밤에 애가 토를 하고 열이 40도까지 올라가서 차를 타고 응급실을 찾아갔더니 응급실 의사가 하는 말
응급실 의사 2: "감기인 것 같아. 집에서 잘 쉬게해~"
김박: "그 말만 3명의 다른 의사에게 들었는데 한달이 넘게 애가 열이 안떨어지고 힘들어한다. 이정도면 약을 주던지 치료를 해주어야 하는거 아니냐?"
응급실 의사 2: "그럼 해열제랑 코 막히는거 뚫는 스프레이 처방해줄게"
김박: "??? 아니 치료제는 안주냐??"
응급실 의사 2: "치료제 없어도 된다"
애가 거의 두 달 가까이 아프니 애도 힘들고 저와 와이프도 점점 지쳐가는 와중에 연구실 애들에게 한풀이를 하였더니 들은 말
김박: "나는 독일의 의료 시스템이 이해가 안간다."
동료 1 (폴란드): "나도 유럽사람이지만 독일이랑 영국 의료 시스템을 싫어한다."
동료 2 (스페인): "맞아 걔들은 자가 면역 체계를 만드는 것을 정말 중요시 여기고 좋아해서 애가 힘들어 죽든지 말든지 절대 약을 주지 않는다."
김박: "그럼 애가 언젠가 나을 때 까지 지켜보는 수 밖에 없어??"
동료 2 (스페인): "내 애기도 독일에 왔을 때 2달 넘게 아픈데도 아무런 치료를 못받다가 휴가 때 집 (스페인) 들렸을 때 병원 데려갔는데 항생제 처방해주길래 먹였더니 2일만에 낫던데?"
그말을 듣자마자 퇴근해서 독일에 오기전에 받아왔던 애기용 항생제를 주었더니 하루만에 애가 기운을 되찾더니 2일 째 되는 날에 정상으로 돌아왔습니다...
항생제를 너무 남발하는 것도 위험하고 좋지 않은 일이지만, 너무 처방해주지 않은 것도 좋지 않은 것 같습니다.
제 폴란드 동료의 남자친구 (독일 사람)는 담당 의사가 그냥 피곤해서 아픈 것 같다. 병가 진단서 써줄테니까 집에서 쉬어라.
라고 해서 집에서 쉬다가 몇일 뒤에 폴란드 동료가 느낌이 너무 안좋아서 결국 구급차를 불러서 응급실 가서 검사한 결과 장이 꼬여 있었던 것이어서 응급 수술 하였습니다.
몇일만 더 지났으면 더 심각한 상황까지 갈 수 있었던 것이었는데, 다행히?? 독일인이 아닌 다른 유럽 사람을 여자친구로 두어 응급 수술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이라고 저는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심지어 산부인과도 마찬가지입니다.
환경이 바뀐 탓인지 독일에 온지 2-3달이 넘은 시점에서도 와이프에게 마법이 찾아오지 않아 산부인과 진료를 받기 위해 알아봤더니, 응급이나 임신이 아니면 Termin을 잡고 방문해야 하는데 가장 빠른 예약이 2달 이후 였습니다.
왜 독일에 이렇게 많은 비타민, 영양제, 허브차들이 있는지 새삼스럽게 다시 느꼈습니다.
역시 안아픈게 최고입니다!
다들 항상 건강 조심하시고 늘 기운 넘치는 하루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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